그곳에서 만나다: 한국 예술가 코이 & 신형미 인터뷰

서지유 & 헤더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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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코이 작가님과 신형미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2025년 9월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19+16ing (uhh insert title)> 전시회였습니다. 당시 통역은 서지유님이 맡아주셨고, 이를 통해 19세에 탈북 후 16년째 대한민국에서 거주 중인 코이 작가와 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인 신형미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작품세계, 두 작가의 협업,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소망하는 염원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여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두 작가의 출품작 가운데에는 신발을 매개체로 한 설치미술 작품도 있었다. 코이 작가는 북에 남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를 담은 푸른 신발을, 신형미 작가는 코이 작가의 새로운 삶에서 포착한 순간들을 코이 작가의 부모님께 전하는 형식의 (역시 전하지 못한) 편지를 새겨 넣은 신발을 선보였다. 코이 작가님의 작품 중 <유닛 하모니 Unit Harmony>는 특수 원단을 종이 비행기 형태로 접은 대형 원형 작품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하나로 합쳐져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듯이 통일을 바라는 염원들이 모여 더 큰 하나 된 한민족, 한반도를 이룰 수 있음을 표현했다.

코이 작가의 예명은 비단잉어의 영어 명칭인 ‘Koi’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코이’라는 물고기는 좁은 연못에서는 자라지 못하지만, 더 큰 공간이 주어졌을 때 한없이 자란다.

전시 제목 <19+16ing> 중 ’19’는 코이 작가가 19세에 남한으로 온 점에서 착안한 것이며, ‘16ing’은 한국에서의 삶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 인터뷰는 서지유 님의 통역과 협력 덕에 진행되었습니다. 별도 표시가 없는 답변은 두 작가의 공동 답변입니다.

— 헤더 그린 (Heather Green), 비주얼 에디터

(코이 작가에게) <오늘을 걷는 이유 2025>에서 신발 안쪽에 새겨 넣으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탈북의 여정이 담겨있는 편지들은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험난했던 과정을 자세히 글로 풀어낸다는 것은 정말 의미 깊은 행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을 걷는 이유>라는 작품의 작업 과정, 신발이란 물체의 중요성 혹은 상징성, 그리고 대중의 반응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에게 신발은 이동과 변화, 그리고 내면의 발걸음을 의미합니다. 제 작품 속 신발은 단순한 생활품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여정과 내적 결단을 상징하는 매개체입니다. 우리가 어디론가 향할 때 신는 신발처럼, 신발은 ‘출발’을 의미하며, 동시에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온 시간과 경험의 흔적을 담습니다. 또한 새로운 길을 나설 때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 행위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의식적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발은 한사람이 살아 온 시간의 흔적이자 마음의 지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다지는 의식의 상징으로, 제 미술 세계에서 반복되고 재해석되는 핵심 모티프가 됩니다. 특히 제가 사용하는 신발은 북한에서 ‘편리화’라 불리며, 북한 주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신는 신발입니다. 이는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그들이 여전히 저와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신발 작품의 두 번째 시리즈 <오늘을 걷는 이유>는 제가 북한을 떠나 한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부모님께 쓴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작업입니다. 19 살 어린 나이에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여정을 담아내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북한이탈주민의 삶(혹은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의도가 작품 속에 잘 담겨 전달되었다면, 관람객들 또한 그 의미를 깊이 공감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분에게) 제가 두분의 작품에게 끌린 이유는 뚜렷하게 느껴지는 유대감, 친밀감, 신뢰,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두분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작업 방식이나 과정이 시간에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2013 년 ‘기독탈북청년모임’에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신형미 작가는 KMC(Korea Methodist Church)의 의뢰로 탈북청년 집단 심리상담사로 참여했고, 저(코이)는 그 모임의 총무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모임이 해체된 후에도 멘토와 멘티로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고, 2020 년 통일부 산하 ‘남북통합문화센터’ 주최한 ‘문화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북의 화합과 통합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직접적인 말이 아닌 의사표현의 도구가 되어 인간의 소망과 신념들을 나누고 전달하는 또 다른 소통방식입니다. 저희는 남과 북의 통합과 통일에 대한 소망을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전달하고자 마음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시각적인 메시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통합’과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결과물로서의 작품보다 작업 과정 자체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경험이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방식은 꾸준한 소통과 아이디어 공유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나누며, 의견이 다를 때도 상대방의 관점을 충분히 존중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차이를 그대로 작품에 녹여내기도 합니다. 전시가 끝난 후에는 잘된 점과 아쉬웠던 부분을 함께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두분에게) 신형미 작가님의 작품인 <그곳에서 만나다>에서 모래를 재료로 사용한 부분과 작품의 영감이 두분이 남북 접경 지역의 바닷가를 함께 다녀오신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두 공간이 공유하고 있는 점들을 작품으로 어떻게 담아내셨는지, 그리고 그 여행의 경험이 작업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희는 하나의 작품이나 전시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과 시선이 커지고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만나다>를 작업하기 전 저희는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을 오고 가는 철새나 식물을 찾아보기도 했고, 남북접경지역의 생태계를 조사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 코이 작가는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고, 신형미 작가는 그런 코이 작가의 그리움을 더 마음에 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에 갔을 때, 코이 작가는 자신의 고향, 청진을 더 짙게 추억하게 되었고 우리는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는 그 무언가는 코이 작가의 마음과 같은 ‘그리움’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그리움’이란 감정이 얼마나 깊고 짙은 것인지를 어렴풋이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닷가의 빛나는 모래를 한가득 담아왔고, 모래라는 매체와 저희가 여행에서 나누었던 그 마음을 신형미 작가는 작업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그곳에서 만나다>는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라, 두 작가가 함께 체험한 그리움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Hyungmee Shin, Meet There [Detail], Acrylic and sand, 100 x 60 cm., 2021.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작품들을 고르시고 배치한 대에 어떤 기준과 이유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관객들이 두분이 의도하신 흐름대로 전시를 경험할 때, 어떤 점을 느끼고, 어떠한 감상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라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먼저 코이 작가의 신발 시리즈로 시작합니다. 신발은 코이 작가가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과 그 속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한국에서 신형미 작가를 만나 함께 쌓아온 시간들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신형미 작가는 코이 작가의 남한 정착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코이 작가의 삶을 기록하는 것으로 신발작업으로 연결하였습니다. 이번 출품작 〈코이의 시간>을 비롯해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위한 ‘자리'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Hyungmee Shin, The Time of Koi [Detail], Fabric and dye, 2025. Image by Heather Green.

마지막에는 저희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공동 프로젝트 작품으로 전시가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전시는 각자의 예술 세계를 먼저 보여주고, 이후 협업 작품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출신 작가와 남한 출신 작가가 어떻게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협력하며, 예술을 매개로 ‘하나 됨’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서사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코이 작가의 삶과 한국에서의 정착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구성하였습니다. 두 작가는  말로하는 언어보다는 예술이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일상의 경험을 작품에 담아, 관객이 조금 더 쉽게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한반도의 통일을 소망하는 염원을 예술작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두 작가는 차분하지만 생기 있고 힘 있는 발걸음을 함께 응원하고 남북의 화합과 통일을 향한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시그마가 품은 한반도 지도>에서 사용된 색들은 두분이 주최한 워크숍의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물감이라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들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워크숍의 과정, 색을 만들어낸 방식, 그리고 작품 (<시그마가 품은 한반도 지도>)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색통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아래와 같습니다.

‘색으로 소통하다’ (‘통합’과 ‘통일’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다.)

2020 년 8 월부터 진행된 ‘색으로 소통하다’ 프로젝트는 90 여명의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들이 ‘통일’과 ‘통합’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를 자기만의 색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총 18 회에 걸쳐 진행된 본 프로젝트는 우리가 평상시 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남과 북의 통합과 통일’을 색 표현을 통해 생각을 함께 나누고 소통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물감들은 전시 종료 후, 우리에게 다가온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진정한 ‘통합’과 ‘통일’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곳에 쓰이고자 힙니다.

l 만드는 과정 l
  1. ‘남북의 통합, 통일’에 대한 자신의 ‘감정 마인드 맵’ 작성하기
  2. 마인드 맵에서 나온 글을 상징적인 색으로 선택 후 혼합하기
  3. 혼합된 색을 통해 느낀 자신만의 색 이름(제목) 정하기
  4. 함께 한 집단에 자신의 색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소개하고 나누기 ‘Communicating with Colors’

Koi and Hyungmee Shin, Communicating with Colors (Expressing the emotions of integration and unification through color), Acrylic paint, ongoing. Image courtesy of the artists.

<시그마가 품은 한반도 지도>는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지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껴 코이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입니다. 각 행정구역도의 색상은 코이 작가와 신형미 작가가 ’색통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색 중에서 선택하여 채색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출품되지 않았지만, 이 작품과 연결된 코이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와 교육용으로 활용되는 대형 블록 시그마 지도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색통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물감을 활용하여, 다양한 대상들과 함께 ’나만의 한반도 지도 색칠하기‘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워크숍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물감을 사용하며 각 색의 의미를 인지하고 저희가 의도한 ’색통프로젝트‘의 메시지를 되새기는 데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국기나 실존 인물과 같은 구체적인 정치적 상징을 지니는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얻는, 혹은 피하고자 한 점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희는 예술이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경험과 삶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표현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작품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사상, 혹은 정치적 상징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사상이 옳고 그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살아오며 체득하고 느낀 것들을 예술적 언어로 솔직하게 담아 내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정치적 해석보다는 저희의 삶과 경험에서 비롯된 진정성에 공감하고, 작품 자체와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이 작가에게) 소수자로서 계속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저항, 혹은 나아가 하나의 사회운동이 될 수 있죠. 작가님은 탈북자로서의 정체성으로서만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으시면서도, 동시에 통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계십니다. 또한, 작가님이 착용하시는 “People Over Politics” 패치를 보면 이러한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 관해 작가님의 시각을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개인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서로 얽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코이) 북한 출신 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이미 정치적 맥락이나 체제에 대한 선입견이 덧씌워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정치적 색채와는 거리를 두고자 했습니다. 비록 제 작업의 배경에는 ‘북한’이라는 장소가 자리하지만, 그것은 단지 제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일 뿐입니다.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듯이, 저는 그곳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아직도 그곳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가족, 친척들과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제 작품은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을 주장하기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보편적인 삶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통일이 필요하기에 그 소망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이 정치적 해석이나 이념적 갈등이 아닌, 인간적인 공감과 진정성으로 작품을 바라봐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작품이 언제나 ‘편향된 시선’으로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늘 고민입니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작품에 담겠지만, 이제는 ‘탈북민 출신’이라는 배경이 제 작품성보다 앞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터민 작가라는 타이틀이 때로는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틀 안에 갇히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터민 출신 작가’가 아니라, 온전히 ‘아티스트 코이’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초창기에는 제 작품이 북한이라는 배경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 코이’의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지금은 그 새로운 성장을 향해 다시 한 번 헤엄칠 준비를 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너와 함께 걷는 남향집 가는 길>, <오늘을 걷는 이유 2025>, <코이의 시간> 처럼 작품 속에 글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편지들은 시처럼 읽히고, 짧은 연행처럼 나뉘어 전시되기도 하는데, 두 작가님들의 작업에서 글은 각자 따로 쓰시는지, 아니면 서로 공유하면 작업하는지, 등 글쓰기를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합니다.

신발 작품들에 담긴 글은 각자 따로 씁니다. 코이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직접 문장으로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구성합니다. 신형미 작가의 글은 코이 작가의 삶을 기록하고 바라본 감정을 담고 있어, 멘토이자 함께 작업하는 작가로서 코이 작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언젠가 코이 작가가 북에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만났을때, 남한에서 치열하고 성실히 살아온 삶의 순간들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왼쪽신발에는 북에 계신 코이 작가의 부모님께 쓴 글입니다. 누군가가  삶을 대신 기록해 작품으로 남겨준다는 것은  큰 선물과도 같습니다. 투박한  삶을 소중히 여기고 기록해 주시는 분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코이 작가의 삶은 이미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두분의 작품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탈북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겪는 여정의 어려움을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야말로 깊은 통찰과 계속 앞을 내다보는 시선이 보여지는 작품들과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두분의 동행은 어떤 길을 걸어가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전시와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희가 몇 년간 꾸준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형미 작가는 기획 능력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뛰어나고, 코이 작가는 추진력과 섬세함을 더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작업도 함께하기에 가능합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이끌고 밀어주는 관계가 저희 협업의 힘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아티스트이자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함께하며,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합니다. 저희 두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대한민국을 넘어 더 많은 

차분하면서도 생기 있고 힘 있는 발걸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이번 전시 ‘19+16ing’展은 그 길의 한 장면이자, 앞으로 이어질 여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